[기고] 다시 꽃 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이태식/(사)부산관광마이스진흥회 이사장(벡스코 대표이사)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은 지 1년. 우리는 바이러스의 저주를 감내하면서 사회 전반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동과 대면접촉 제한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마이스(MICE)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뉴노멀’, ‘언택트’와 같은 단어가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마이스 분야에서도 화상회의, 온라인 전시 등 마이스 테크놀로지 이슈가 급부상했다.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던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마저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온라인 이벤트의 유용성에 대한 논의는 뜨겁다. 지난해 말 국제전시연맹(UFI) 총회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전시산업이 화두였다. 세계 전시 전문가들의 중론을 요약하자면, 펜데믹 종식 후 오프라인 전시회는 회복될 것이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시회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스산업의 위기를 걱정하던 때가 이번만이 아니다. 인터넷이 보급될 무렵, 사람들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 모이는 전시·컨벤션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제컨벤션협회(ICCA)와 국제전시연맹에 따르면, 통계집계 이래 국제회의 개최 수와 전시시설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부산의 여건을 한번 들여다보자.

지난 10여 년간 부산의 국제회의 개최 수(국제협회연합 기준)는 세계 10위와 아시아 5위 수준에서 소폭 순위 등락을 반복해왔다. 부산은 바다, 산, 강이 어우러진 자연조건과 더불어 신선한 먹거리, 기네스급 쇼핑몰, 충분한 숙박시설, 벡스코 등을 품고 있어 마이스에 안성맞춤이다. 필자는 30년을 코트라에서 근무하면서 국내 도시들은 물론, 세계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녔으나, 부산만큼 마이스에 적합한 도시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부산 시민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물리적 여건뿐만 아니라 부산이 ‘국제 관광도시’로 선정되어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비즈니스 관광으로서 마이스가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해답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전시회와 컨벤션은 일반관광의 계절적 기복을 보완하고,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마이스 참가자들은 체류 기간이 길고 소비력도 크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관광과 연계하여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다시 부산을 찾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부산의 대형 프로젝트들 또한 기회 요인이다. 해외 직항노선 부족이 대표적인 걸림돌이었지만, 24시간 운영 가능한 가덕신공항은 마이스 도시로 가는 길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게다가, 세계 3대 이벤트이자 마이스의 꽃, 2030 월드 엑스포가 유치된다면 관광·마이스에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줄 것임이 분명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마이스 산업에서 가장 기본이자 필수 조건은 전시·컨벤션 시설이고, 시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그 수요는 일자리 창출을 포함하여 막대한 파급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한계 가동률에 도달한 벡스코의 제3전시장 건립이 시급하다. 더불어, ‘Water Smart Innovations(물포럼)’이 사막 한가운데 라스베이거스의 물 산업을 일으킨 것처럼, 마이스를 촉매제로 지식·기술·자본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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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어둠이 걷히면 사람들은 더 다양한 컨텐츠와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오프라인으로 회귀할 것이다. 일시적 혼란으로 머뭇거려서는 안될 일이다. 미래를 대비해 지금이 연구하고 준비할 때다. 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꽃 피는 봄은 꼭 다시 돌아올 것이다.

출처: 부산일보 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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